일기는 일기장에

해외이사 이야기

Mia'S 2023. 1. 23. 22:19

해외에 사는 것을 딱히 고려해보지 않고 자라온 것 치고는 갑작스럽게 넘나 해외에서 살고 있는 나.

스페인에서의 9년 생활을 산뜻하게 정리하고 네덜란드로 넘어왔다. 

 

이사도 이직도 좋아하지 않는 붙박이형 인간이기 때문에

이사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어쨌든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해야할 일'로 받아들이자는 마인드를 다시 장착하고 해외 이사 업체의 견적으로 받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분명히 웹서비스들이 늘어나서 가격비교 사이트 들이 잘 돼있으니 귀차니즘만 극복하면 괜찮잖아 하며 견적을 요청했다. 

 

쉐어하우스에서 나가는 것이다보니 가구가 없고, 이사할 때마다 늘 하는 거지만 늘어난 옷가지 살림살이들도 많이 처분할 예정이라 큰 박스 5개를 목표로 삼고 견적을 요청했다. 코끼리도 냉장고에 집어넣기 나름이니까. 

 

그 정도로 줄여잡고도 이사 업체는 밴이든 트레일러든 대여해서 나가는 식이다보니 견적이 500~1000유로 정도가 나왔다(보험 포함). 옷박스 5개에 (나머지 트렁크 2개는 비행기로 직접 가져갈 예정) 크다면 큰 금액이고 생각보단 괜찮다 싶은 금액. 이사날짜는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 내가 정하면 그 달 말일까지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저 중 한 업체에 예약을 요청했는데, 예상한 이사 날짜가 일주일 정도가 남을 때까지 막상 연락이 오질 않았다. 볼륨이 적은 이사다보니 내 짐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거고 다른 물류스케쥴과 조정을 해야한다고 업체쪽에서 이야기 했었지만 그냥 그대로 묻혀버린 건가. 다시 문의하지는 않고 박스 5개를 택배로 보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Packlink를 꽤 이용했었기 때문에 Packlink와 Ecoparcel이라는 영국업체에 멀티배송 견적을 알아보니, Ecoparcel이 스페인에서 SEUR를 통해 픽업이 나가고 가격도 200유로가 안되게 나와서 그 쪽으로 픽업 예약을 했다. 그 때는 이후 네덜란드 배송이 변수가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곁다리 해외배송사 이야기-

스페인에서 일하면서 여러 물류회사들을 상대해본 결과 DHL, FEDEX 이 둘은 자체적으로 비행편까지 운영해서 배송이 되기 때문에 정말 확실한 배송이 되지만 결정적으로 가격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높다. 중요서류, 고가의 물품을 배송해야한다면 돈을 더 주고라도 확실하게 이 쪽을 이용하는 편을 추천.

합리적인 금액으로 신뢰할 수 있을만한 업체는 UPS, SEUR, GLS 정도다. UPS는 우선 거의 모든 국가에 지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른 국가로의 배송에도 자회사로 넘어가게 되어 문제 발생시 사후 트래킹이 원활하다. SEUR는 DPD그룹, GLS는 영국과 네덜란드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이번 이삿짐 배송에서 내 경험으로는 스페인에서 아무리 짐이 제대로 픽업되어 이동하더라도 현지 운송회사로 넘어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점. 실제로 스페인에서 대충 윗 브랜드들은 꽤 배송진행이 정확하고 딜레이나 이슈가 생기더라도 회사와 컨택해서 솔루션이 진행이 된다. 말하자면 스페인 내 배송은 완전히 이름없는 신생업체가 아닌 이상은 평균적으로 잘 돌아간다는 것. 

 

내 경험으로 돌아와서, Ecoparcel을 통해 계약한 SEUR에서 예약한 날짜에 짐을 픽업하러 와서 아저씨와 웃으며 인사하고 잘 부탁하고 홀가분하게 보냈을 때까지는 의외의 일사천리에 두 다리 뻗고 잠들 수 있었는데, 그 짐들이 네덜란드로 넘어오면서 악몽이 시작되었다. 

위에서 말했듯 SEUR는 DPD그룹이라 네덜란드로 넘어오면서 현지 DPD를 통해 배송이 진행되는데, 당연히 모든 DPD기사들을 욕하지는 않겠고 적어도 Limburg주의 DPD 배송기사들은 욕을 한 푸대씩 쳐먹고 고소미도 먹어야할 정도다. 배송예상일시 알림이 당일 아침에 이메일과 메세지로 날아오게 되는데, 적어도 전날 보내주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당일 아침에 오늘 아침 10-11시 사이에 배송할 거야라는 메세지를 무려 갓 비행기 내린 공항에서 확인하고는 부랴부랴 시스템을 통해 배송일시 수정요청을 했다. 다음날 같은 시간대로. 무리없이 변경되어 다시 안심. 

에인트호벤 공항에서 Venlo 까지 기차로 이동하여 아파트로 들어오니, 배송이 왔었지만 수신인이 없어 돌아갔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수정한 배송일시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문제없는 것 확인, 오케이. 

다음 날, 안와. 다시 수정 요청, 오케이.

그 다음날, 또 안와. DPD에 전화연결 안됨, 이메일로 고객센터에 문의 답변 없음. Ecoparcel에 채팅상담, 다음 워킹데이에 배송하도록 확인, 오케이.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으나 안와. 해당 트래킹으로 조회를 하니 내 박스들이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아아아아

 

이젠 스페인의 SEUR로 연결, 거기서는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없다하고 내가 계약을 체결한 Ecoparcel과 합의를 해야한다하고, DPD와 연락해서 해결하겠다던 Ecoparcel은 내 짐이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알고 DPD에서도 원하는 답을 받지 못하자 연락두절. DPD에 문제해결 채널이 아닌 신규계약 채널로 역침투해서 담당자와 결국 통화는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자신은 전문가라고 문제없다고 큰 소리 뻥뻥 치더니 짐은 그대로 스페인으로 도착해버렸다. 결론적으로 한번 첫 배송이 불발되자 재배송을 하지도 않고 그대로 스페인으로 반송시켜버린 것. 배송 불발시 다음 영업일에 재배송 혹은 변경된 예정 배송일에 배송이 되어야 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7영업일을 보관하고 있어야한다는 약관내용과는 상관없이 DPD에서 그대로 반송을 해버린 것이었다. 

 

따뜻하고 날씨좋은 마드리드로 돌아간 나의 불쌍한 박스들은 SUER 물류박스까지 도착했고, 이전에 살던 주소지로 배송이 되려던 찰나에 SEUR 배송기사님과 전화통화하게 되어 일단 이전 집으로 보내지는 않고 (거긴 아무도 없숴.) SEUR 물류창고에 계류되었다. 

 

매일매일 컨택하고 싸우고 부탁하고 확인하는 이 환란을 2주간 보내고, 결국 어떻게 그 짐들을 받을 수 있었느냐.

 

SEUR에서도 문의는 지속적으로 이어갔지만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었는데 돌고돌다 신규쪽으로 다시 역침투해서 그 담당자가 창고의 짐들을 이전 주소지가 아니라 다른 주소지로 보내주겠다고 해주었다. (이 것도 모든 담당자가 해주지는 않았던 것이, 기존 거 건드리기 성가시다 싶은 담당자는 그냥 안된다고 해버림.) 다행히 예전 회사 동료들에게 부탁해서 그 짐을 받게되었고, 아는 놈만 믿자는 마음으로 Packlink를 통해 UPS로 신규배송 계약을 하고 결국 박스들을 네덜란드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것도 2번에 걸쳐서 와서 피를 말림.) 

 

DPD의 악행은 그저 나 한명의 나쁜 경험이 아니라는 건 이후에 두번째 이사를 통해서 확실해졌다. 다음 이사에서 주문한 가구는 아예 집으로 가져오지도않고 배송기사가 자기 집으로 가지러 오라고 연락 옴. 무거운 물품은 아예 배송시도를 하지 않고 픽업오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너님 대단해. 그러면서 별 5개 줄래?라고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배송기사, 강냉이가 5개 안털리면 다행인지나 알아. 아주 저주해, DPD.

 

두번째 이사까지 마무리하고, 가벼운 집들이도 하고 이제 한숨 돌려본다. 

이제부턴 네덜란드 이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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